한국에 머물 때면 금융계 밖의 사람도 종종 만난다. 이들 중 일부는 내가 ‘헤지펀드 매니저’라는 걸 알면 “그거(헤지펀드) 굉장히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꼭 한다. ‘헤지(Hedge)’가 ‘위험을 줄인다’는 뜻인데도 이 같은 질문이 나온다. 신기한 것이 있다. 이들에게 “6% 정도 변동성을 가지면서 연 10~12%쯤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 하면 “그것밖에 못 버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헤지펀드가 뮤추얼펀드와 달리 차입금과 공매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데서 고위험·고수익 투자라는 선입견을 가질 순 있다. 하
미국에서도 서민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집이다.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세를 보여 왔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역시 회복세다. 2015년에도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를 살피는 데는 몇 가지 지표가 자주 이용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는 이 지표들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 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일시적이긴 하지만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기도 한다.부동산 경기 지표 중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건 ‘케이스-실러 지수(Ca
12월 1일부터 월가에선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된다. 파티에서 만난 이들과는 일상과 가족 이야기도 하지만, ‘2015년 향후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와 같은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눈다.지난 2주 동안 빠듯했던 크리스마스 파티 일정에서 만난 고객과 경쟁사 관계자, 옛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미국의 경기 회복’이 많이 얘기됐다. 2014년 초만 해도 월가 사람들의 최소 절반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하여 비관적이었다. 2014년 연말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져 있다. 미국 고용 성장과 특히 비농업 분야의 고용 성장으로 미국 경제
‘유리천장(the glass ceiling)’이란 말이 있다. 여성이 기업에서 일정한 직위 이상 승진하거나 역할을 맡기 어려운 상황을 말할 때 쓰인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유리천장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이다 보면 성(性)별에 따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해도 어느 순간 똑같은 평가와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 경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 피해자는 여성이었다.월스트리트에는 세계 자본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포춘 500대 기업의 여성 CEO가 꽤 있다
필자는 오래전 한국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인의 소위 ‘메이커(상표 명성)’ 사랑이다. 한국인의 브랜드 사랑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등산복 메이커인 ‘노스페이스’를 입기 위해 부모를 조르고, 여대생은 외국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사기 위해 몇 달씩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들었다. 품질이나 디자인만 본다면 외국의 명품 브랜드 제품보다 오히려 좋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한국산 제품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보여주고 있는 특정 메이커 사랑은 이런
미국에 살지만 매일 아침 인터넷을 통해 한국 신문을 읽는다. 한국 신문을 읽으며 재미있게 느낀 것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란 단어다. 이 단어가 한국 신문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한국 사회가 심하다 싶을 만큼 SNS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SNS가 한국 사회에서만 화제를 낳고 있는 건 아니다. SNS와 관련된 이야기가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월스트리트에서도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들로 인해 웃지 못할 황당한 일들이 생기며 화제를 낳고 있다.트위터가 주식
나는 매년 여름휴가철인 8월이 지나고 아이들의 학교가 개학을 할 때쯤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통상적으로 아이들 학교 개학 전 며칠이나마 휴가를 다녀온다. 개학한 직후에는 출장 등으로라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동료들이 자리를 비우지 않는 이 기간을 이용해 한국 방문 일정을 잡는다. 이때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날씨 때문이기도 하다. 8월 말 한국은 늦더위로 뜨겁긴 하지만, 장마철의 끈적거림은 피할 수 있다. 검은 바지에 하이힐을 신고 시간을 쪼개 뛰어다녀야 하는 내게 한국의 장마는
일하는 엄마는 힘들다. 미취학 아동이나 유아를 키우면서 일과 육아를 함께 한다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말 힘들다. 학교에 입학했다 해도 엄마에게 육아는 힘들다. 회사 내에서 시니어급이 돼 아이 학예회 정도 갈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필자와 같은 40대의 늙은 엄마는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직장과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20~30대의 여성에게 아이의 학교활동 참여는 꿈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월스트리트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커리어를 갖고 있는 젊은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워킹맘이 힘들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월스트리트는 물론, 세계 금융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분쟁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는 분쟁, 또 격화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다. 월가에서 두 분쟁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월스트리트 등 세계 주요 금융 시장은 몇 가지 요인에 따라 이 같은 국제 분쟁이 금융 시장에 얼마나 심각하게 영향을 줄지를 인지하게 된다. 즉 분쟁 관련국의 세계 정치경제적 영향력 등 사건의 사안, 또 새로운 사건(분쟁)인지 아니면 오랜 역사를 가진 사건(분쟁)인지, 또 사건(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등에 따라 심각성을 판단한다.물론
짜장면, 불고기, 냉면, 스파게티, 돈가스 그리고 설렁탕까지 메뉴로 갖출 수 있는 모든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다. 이 식당에는 일하는 종업원도 많고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와 보조 요리사도 수십 명이 넘는다. 또 다른 식당이 있다. 설렁탕만을 판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4~5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설렁탕 한 음식만을 오랫동안 함께 만들어 왔다. 당신이라면 둘 중 어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까? 필자라면 500~1000원 정도를 더 주더라도 당연히 두 번째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할 것이다.식당을 예로 들긴 했지만 시야를 더 넓히면
10여년 전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처음 만나 친해진 지인이 있다. 당시 그는 미국 회사에 근무하다 한국의 어느 대기업 임원으로 스카우트되며 승승장구했다. 한국 기업으로 떠난 후에도 그는 필자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개인 전화번호도 바뀌었고 이메일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소식이 끊겨 걱정하던 차에 그의 동료로부터 그가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그의 퇴사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한국 금융사 임원들의 유효기간이 매우 짧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그의 나이는 이제 50
월스트리트에는 전 세계에서 돈이 몰려든다. 이 중 가장 환영받는 자본이 있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노르웨이 국민연금 중 상당 부분이 펀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어느 나라 국부펀드보다 투명하게 운영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누구나 노르웨이 국부펀드 웹사이트에서 국부펀드 관련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필자가 확인한 지난 5월 11일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5조1110억2387만4634노르웨이크로네(약 88조4003억원)다. 이 규모는 펀드 운용 성과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
직업윤리와 회사의 이익 극대화가 충돌하는 상황은 금융인에게 빈번하다. 두 종류의 변액연금보험이 있다고 하자. 한 상품은 수익의 15%를, 다른 상품은 수익의 3%를 회사가 챙긴다. 두 번째 상품이 고객에게 더 이익을 줄 수 있음을 알면서도 몇몇 금융인들은 회사의 수익을 위해 첫 번째 상품을 팔게 된다.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이들이라면 더 그러하다. ‘선행 매매’에 손을 대는 월스트리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나 브로커들이 대표적이다. ‘선행 매매’는 ‘고객이 주식 매매 주문을 할 때, 고객의 매매 정보를 입수한 매니저나 브로커가 고객의 주문
뉴욕, 런던, 홍콩은 물론 세계 여기저기서 참 많은 투자 관련 컨퍼런스가 열린다. 이들 컨퍼런스에 참석해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 세계 곳곳의 경제 상황과 금융 흐름을 살피는 것은 월스트리트 투자가들에겐 중요한 업무이다. 월스트리트 투자가로 살고 있는 필자 역시 매년 일정 시간 컨퍼런스 참석과 강연을 제의받고 있다. 회사를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귀찮을 때가 있다. 단 30분 강연을 위해 꽤 많은 시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최근 필자가 한 대학에서 ‘돈에 대한 태도는 두려움으로 결정된다’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돈과 관련한 ‘두려움
지난 5년간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은 단연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이하 ‘연준’)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의장이었다. 특히 최근 1~2년간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벤 버냉키 의장은 ‘거시경제’ 그 자체였다. 연준의 정기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년에 여덟 차례 열린다. 이 중 네 차례는 FOMC가 끝난 후 기자회견이 열린다.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이 열리는 날이면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눈과 귀가 오직 한 사람, 버냉키의 입에 모아진다. 이날 오후 2시, 논의된 결과
필자는 보통 한 달에 한 번쯤 빡빡한 일정으로 출장을 떠난다. 간혹 계획한 일들을 마치고, 밤 시간을 이용해 출장 간 곳에 살고 있는 친구나 지인을 만나기도 한다. 빡빡한 일정이긴 해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반가운 이들을 만나는 건 월스트리트 사람들에게는 출장이 주는 즐거운 보너스다. 지난 1월 폭설로 힘들게 떠난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서 대학원을 함께 다녔던 친구와 아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했다. 오랜 친구가 좋은 건 허물없이 속에 있는 말까지 다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 같은 아주 사적인 이야기도 말이다.1월 말이라는 시기
1~2주 전 주간조선의 조동진 기자가 “월스트리트에서의 낙하산 인사는 어떠한지”를 물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월스트리트에선 낙하산 인사란 것이 흔하게 벌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사실 월스트리트에서 낙하산 인사가 굉장히 빈번하고 일반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것이 ‘특별한 것’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을 뿐이었던 것이다.한국에서 ‘낙하산 인사’는 채용과 승진 등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당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권력을 배경으로 좋은 자리를 꿰차는 ‘비정상적 인사’를
[image1]필자가 월스트리트 투자가로 살아온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과 특별한 연을 맺지는 못했다. 한국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도 거의 없었고, 가끔 한국을 방문해도 가족을 아주 짧은 시간 만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게 전부였다. 물론 한국에서 일해 보거나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화되진 못했다.사람들은 현실화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동경이 많다. 필자 역시 ‘왠지 한국에 있었으면 더 따뜻하고 아늑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생각에
박사학위를 마치던 해 여름 이야기다. 동생이 조카와 함께 미국 동부에 있던 필자를 찾아와 한 달을 함께 지내게 됐다. 하루는 집 근처 식물원을 찾았던 동생과 조카에게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울먹이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조카의 사타구니가 갑자기 부어오르고 있다고 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동생 혼자 병원에 보낼 수 없었다. 회사를 조퇴하고 조카를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이 병원 응급실 의사가 “24시간 이내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큰 대학병원의 구급차를 부르는
간혹 이웃과 파티를 하거나 아이들 학교 학부모 파티에 갔을 때, 내게 직업을 묻는 이들이 많다. 이때 “투자은행 트레이더입니다”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스트레스는 모든 병의 근원이다.매초, 매분, 매일 천문학적으로 큰돈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돈이 주는 스트레스는 어쩌면 삶의 한 부분이다. 문제는 삶의 한 부분인 스트레스의 정도가 일반인의 추측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들 중엔 스트레스 때문에 의사를 찾는 경우가 꽤 많다.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과